인간의 물성에 대한 본능을 통찰하기 위해 아이들과 조루주 페렉의 ‘사물들’ 이라는 책을 펼쳤습니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물성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이 책은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거울처럼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저는 인간의 물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것과 함께 본성을 통찰하고, 그 물성으로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기술을 획득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도 브랜딩하지 않으면 시장에 살아남기 힘든 시대이니까요. 우리가 선택한 물질이 어느덧 우리 삶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물질을 위해 살아가게 되었죠. 그래서 이 책을 펼치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창조적인 사고를 통해 물성을 창조하고, 그것으로 부유한 삶을 만들어가야하니까요.
주인공 실비와 제롬은 20대 부르주아층으로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력 없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망은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게로 향합니다. 그러면서 내면의 약함과 낡은 자부심이 좌절의 소리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러한 실비와 제롬을 비판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이는 '돈을 버는 방법'과 같은 강의들이 넘쳐나고, 명품을 자랑하며 허영을 반영하는 SNS가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A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살 딸을 키우는 그는 부부가 맞벌이로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만, 돈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어서 기초 생활수급을 받기 어렵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차를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A와 같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물질에 사로잡힌 상황을 종종 목격합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자동차 할부와 건조기, 제습기 등의 렌탈비용을 합치면 생활비를 훌쩍 넘어버립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인간 물성에 대한 관념이 잘 드러나는 분야는 미술입니다. 오정은 미술비평가가 예술 물성에 대해 비평을 했는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래 사례들을 살펴봅시다.
마이트리 시리분(Maitree Siriboon), 콰이 캄(Kwai Calm), 유리에 스프레이 페인트, 420×600×220㎝, 2022. 촬영 오정은
제3회 방콕아트비엔날레 당시 출품작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태국 작가 마이트리 시리분이 만든 조형물이 부서진 것인데요. 작가는 자국의 농경문화를 추억하며 물소와 인간 간 유대를 의미하는 작업을 공공장소에 전시했습니다. 그런데 밤사이 넘어져 망가지고 말았죠. 어느 외국인 관광객이 술에 취해 작품 위에 올라타려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거대한 소 조각은 옆으로 쓰러졌고 사람 형상은 크게 부러지고 깨지게 됐습니다. 주최 측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부서진 조각상을 그대로 전시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후 작품 앞에는 관람객 몇 명이 놓고 간 꽃과 음식이 더해져 마치 죽은 소에 대한 추도식 같은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는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작품이 행인의 부주의로 인해 깨지고 말았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수집가들의 관심이 몰렸는데요. 깨진 조각 파편의 거래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생존 미술가 중 최고가 판매 기록을 보유한 쿤스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죠.
하지만 제프 쿤스의 깨진 조각 앞에서 애도나 비애를 표한 이는 없었습니다. 해당 작품이 ‘풍선개’라는 인공물을 본떴기 때문인 것도 이유지만, 수백 점 똑같이 제작된 에디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미술시장에서는 작품의 희소성이 곧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니까요. 그래서 작가의 부고가 시장 내 희소식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합니다. 수집가는 작가의 죽음을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오늘날, 우리가 예술이라고 믿는 것의 물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런 사례들을 접하니 조루즈 페렉의 ‘사물들’ 속 제롬과 실비가 씁쓸한 뒷 맛으로 긴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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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물성에 대한 본능을 통찰하기 위해 아이들과 조루주 페렉의 ‘사물들’ 이라는 책을 펼쳤습니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물성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이 책은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거울처럼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저는 인간의 물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것과 함께 본성을 통찰하고, 그 물성으로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기술을 획득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도 브랜딩하지 않으면 시장에 살아남기 힘든 시대이니까요. 우리가 선택한 물질이 어느덧 우리 삶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물질을 위해 살아가게 되었죠. 그래서 이 책을 펼치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창조적인 사고를 통해 물성을 창조하고, 그것으로 부유한 삶을 만들어가야하니까요.
주인공 실비와 제롬은 20대 부르주아층으로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력 없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망은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게로 향합니다. 그러면서 내면의 약함과 낡은 자부심이 좌절의 소리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러한 실비와 제롬을 비판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이는 '돈을 버는 방법'과 같은 강의들이 넘쳐나고, 명품을 자랑하며 허영을 반영하는 SNS가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A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살 딸을 키우는 그는 부부가 맞벌이로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만, 돈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어서 기초 생활수급을 받기 어렵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차를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A와 같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물질에 사로잡힌 상황을 종종 목격합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자동차 할부와 건조기, 제습기 등의 렌탈비용을 합치면 생활비를 훌쩍 넘어버립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인간 물성에 대한 관념이 잘 드러나는 분야는 미술입니다. 오정은 미술비평가가 예술 물성에 대해 비평을 했는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래 사례들을 살펴봅시다.
마이트리 시리분(Maitree Siriboon), 콰이 캄(Kwai Calm), 유리에 스프레이 페인트, 420×600×220㎝, 2022. 촬영 오정은
제3회 방콕아트비엔날레 당시 출품작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태국 작가 마이트리 시리분이 만든 조형물이 부서진 것인데요. 작가는 자국의 농경문화를 추억하며 물소와 인간 간 유대를 의미하는 작업을 공공장소에 전시했습니다. 그런데 밤사이 넘어져 망가지고 말았죠. 어느 외국인 관광객이 술에 취해 작품 위에 올라타려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거대한 소 조각은 옆으로 쓰러졌고 사람 형상은 크게 부러지고 깨지게 됐습니다. 주최 측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부서진 조각상을 그대로 전시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후 작품 앞에는 관람객 몇 명이 놓고 간 꽃과 음식이 더해져 마치 죽은 소에 대한 추도식 같은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는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작품이 행인의 부주의로 인해 깨지고 말았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수집가들의 관심이 몰렸는데요. 깨진 조각 파편의 거래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생존 미술가 중 최고가 판매 기록을 보유한 쿤스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죠.
하지만 제프 쿤스의 깨진 조각 앞에서 애도나 비애를 표한 이는 없었습니다. 해당 작품이 ‘풍선개’라는 인공물을 본떴기 때문인 것도 이유지만, 수백 점 똑같이 제작된 에디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미술시장에서는 작품의 희소성이 곧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니까요. 그래서 작가의 부고가 시장 내 희소식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합니다. 수집가는 작가의 죽음을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오늘날, 우리가 예술이라고 믿는 것의 물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런 사례들을 접하니 조루즈 페렉의 ‘사물들’ 속 제롬과 실비가 씁쓸한 뒷 맛으로 긴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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