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어기적 거리다 핀란드 디자인 관련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늘 동경해왔던 디자이너들의 삶. 알고 싶었다. 핀란드는 디자인 강국이다. 핀란드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글라스아티스트로 평가받는 마르꾸 살로의 어린 시절을 보니 어른으로서 어떤 자세와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부모님은 내게 한 번도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생일 선물로 못 한 봉지를 사달라고 하자 정말로 못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하루 종일 나무에다 못질을 해보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기계에 관심을 가지자 부모님은 나에게 구식 라디오 세트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다. 나는 그 라디오를 분해해서 흥미로운 부품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나만의 작은 가제트를 만들기도 했다. 아마도 훗날 내가 가전회사인 사롤라에서 전자 제품을 디자인하게 된 것도 어린 시절 이런 자유로운 탐구 환경을 만들어준 부모님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부모님은 내가 탐구하고 시도하고 싶은 것들을 말리지 않았고 무엇을 하라고 강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충분히 실험할 수 있었다.”
마르꾸, 그는 참 좋은 부모에게서 양육 받았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 있는가? 집을 어지럽힌다고 늘 다그치지 모습이 스친다. 교육현장은 어떤가? 최근 고교 학점제와 같은 교육을 보자면 겉모습은 자유라는 붕대를 감은 듯 보이지만 속은 구조적이다. 교사의 권위는 완고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마르꾸에게 주어진 이러한 상상과 실험의 자유는 자신을 믿고 충분히 사유하고 실패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나는 이런 환경과 교실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자문해볼 일이다. 우리는 그런 환경을 만들지 못할뿐더러 실패할 권리를 주지도 않는다.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허락되고, 어떠한 강요나 압박 없이 그 시간을 느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핀란드를 디자인 강국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다. 자신만의 세계, 자신만의 표현 방식,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추구하는 진정으로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핀란드의 스토리텔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파올라 수호넨 Paola Suhonen은 패션산업이 지나치게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을 비판한다. 시장이 어디론가 인위적으로 쓸려가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세계와 스토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다. 그녀는 트렌드를 좇는다면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데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며 자신의 가치를 정립하지 못해 정체성을 지킬 수 없다고 조언한다.
트렌드를 따른다는 것은 오히려 창의성을 잃는 것이고, 브랜딩에 실패하는 요소이다. 자신과 관련 없는 '남의 것'들로 치장하는 것은 이미 정체성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반-트렌드 주의 anti-trend가 훨씬 더 시장에 앞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수호넨의 이야기에서 높은 자존감을 느끼며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펼쳤을 때 그를 바라봐 준 부모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자녀에 대한 개입으로 자유를 박탈하는 경향이 크다.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는 자유를 부여한다.
최근 읽은 하워드 가드너는 <창의성을 찾아서>에서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우는 자녀의 이야기를 거론하며 어른의 손으로 열쇠구멍에 맞춰주는 동양의 개입주의와 열쇠구멍을 찾지 못해 탁탁 소리를 내며 실패하는 과정을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며 관찰하는 자유주의 사이에서 창의성을 성찰했다. 한 인간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을 존중해주는 것 '너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존중이 핀란드의 교육에서 느껴진다. 핀란드가 세계적으로 디자인 강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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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어기적 거리다 핀란드 디자인 관련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늘 동경해왔던 디자이너들의 삶. 알고 싶었다. 핀란드는 디자인 강국이다. 핀란드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글라스아티스트로 평가받는 마르꾸 살로의 어린 시절을 보니 어른으로서 어떤 자세와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부모님은 내게 한 번도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생일 선물로 못 한 봉지를 사달라고 하자 정말로 못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하루 종일 나무에다 못질을 해보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기계에 관심을 가지자 부모님은 나에게 구식 라디오 세트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다. 나는 그 라디오를 분해해서 흥미로운 부품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나만의 작은 가제트를 만들기도 했다. 아마도 훗날 내가 가전회사인 사롤라에서 전자 제품을 디자인하게 된 것도 어린 시절 이런 자유로운 탐구 환경을 만들어준 부모님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부모님은 내가 탐구하고 시도하고 싶은 것들을 말리지 않았고 무엇을 하라고 강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충분히 실험할 수 있었다.”
마르꾸, 그는 참 좋은 부모에게서 양육 받았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 있는가? 집을 어지럽힌다고 늘 다그치지 모습이 스친다. 교육현장은 어떤가? 최근 고교 학점제와 같은 교육을 보자면 겉모습은 자유라는 붕대를 감은 듯 보이지만 속은 구조적이다. 교사의 권위는 완고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마르꾸에게 주어진 이러한 상상과 실험의 자유는 자신을 믿고 충분히 사유하고 실패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나는 이런 환경과 교실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자문해볼 일이다. 우리는 그런 환경을 만들지 못할뿐더러 실패할 권리를 주지도 않는다.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허락되고, 어떠한 강요나 압박 없이 그 시간을 느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핀란드를 디자인 강국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다. 자신만의 세계, 자신만의 표현 방식,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추구하는 진정으로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핀란드의 스토리텔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파올라 수호넨 Paola Suhonen은 패션산업이 지나치게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을 비판한다. 시장이 어디론가 인위적으로 쓸려가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세계와 스토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다. 그녀는 트렌드를 좇는다면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데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며 자신의 가치를 정립하지 못해 정체성을 지킬 수 없다고 조언한다.
트렌드를 따른다는 것은 오히려 창의성을 잃는 것이고, 브랜딩에 실패하는 요소이다. 자신과 관련 없는 '남의 것'들로 치장하는 것은 이미 정체성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반-트렌드 주의 anti-trend가 훨씬 더 시장에 앞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수호넨의 이야기에서 높은 자존감을 느끼며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펼쳤을 때 그를 바라봐 준 부모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자녀에 대한 개입으로 자유를 박탈하는 경향이 크다.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는 자유를 부여한다.
최근 읽은 하워드 가드너는 <창의성을 찾아서>에서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우는 자녀의 이야기를 거론하며 어른의 손으로 열쇠구멍에 맞춰주는 동양의 개입주의와 열쇠구멍을 찾지 못해 탁탁 소리를 내며 실패하는 과정을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며 관찰하는 자유주의 사이에서 창의성을 성찰했다. 한 인간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을 존중해주는 것 '너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존중이 핀란드의 교육에서 느껴진다. 핀란드가 세계적으로 디자인 강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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